'캐스트 어웨이 영화감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8.27 캐스트 어웨이

캐스트 어웨이

영화 2012. 8. 27. 13:01

답답한 도시를 떠나 자연이 살아있는 무인도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누구나 한 번 쯤은 가져봤을 겁니다. 길게 자란 야자수 나무, 하얀 모래사장,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그런 경관을 맘껏 즐기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Cast Away'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 얘깁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1. 시간

문명 세계. Fedex 간부인 척(톰행크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시간입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유난히도 시간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그 '시간'이라는 것이 의미 없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애인과 잠시 이별(그만의 착각이었지만)을 하며 다시 돌아오마고 약속하는 그의 대사가 어째 '절대 오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더군요.

 

2. 비행기 안 - 문명을 벗는 순간

비행기 안에서 잠을 깬 척이 세면대 앞에서 얼굴을 씻기 위해 팔에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 놓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엄지 손가락에 감겨 있던 밴드 역시 풀어놓습니다. 이 순간은 자신의 몸에 감겨 있던 시간과 문명을 벗어버리는 의식이라고나 할까요? 쾅!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문명을 떠난 삶.

 

 

3. 무인도 1) -  "더이상 상처를 감쌀 밴드는 없다"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목숨을 걸고 건진 애인이 준 시계가 멈춰버렸습니다. 그와 함께 문명의 시계도 함께 멈췄습니다. 드디어 cast away가 된 것입니다.

표류자가 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에도 감을 수 있었던 밴드, 이젠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를 보호할 그 어떤 약품도 없습니다.

 

4. 무인도 2) - 체념 -> 희망

자신과 함께 무인도에 밀려온 택배 상자들. 그 박스를 '혹시...' 하면서 고객을 위해 모셔둡니다. 하지만 며칠 개고생을 하고 나서는 무인도 탈출이 녹록치 않음을 깨닫습니다. 이제 자연과의 싸움을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상자들을 뜯어서 필요한 물건을 찾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체념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살아서 나가겠다는 희망에 찬 결심이었지요. 왜냐구요? 뜯지 않은 마지막 한 상자, 그걸 남겨두었거든요. '살아나가서 꼭 배달하리라....'

 

5. 무인도 3) - '자연스러운 표류자'

무인도 사 년의 삶은 그를 자연과 하나가 되게 말들었습니다. 어짜피 인간은 문명의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상태에서 시작되었기에, 벌거 벗은 몸으로 바다를 향해 창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결코 이대로 있을 수 만은 없지요. 다시 한번 문명으로의 탈출을 시도합니다.

 

6. 표류자 - '문명에서서 표류하다'

4년 만에 돌아온 문명의 품 속.

그를 환영하는 파티는 혼란스럽고 난잡하게 보입니다. 여기 저기 늘어져 있는 술잔, 그릇, 그리고 남은 음식들. 사건을 맞기 전날 가졌던 만찬의 모습과는 다릅니다. 그날 식탁은 아직 먹기 전의 정돈된 모습이었기에 안정감을 주고 풍성함을 느끼게 해주었던 반면, 식사가 끝난 이 자리는 먹고 남은 음식 쓰레기가 널부러진 무질서와 혼돈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 그에게 이런 과거의 일상은 어색할 뿐 아니라 불편한 자리가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애인도 떠나고..... 모든 것이 예전처럼 느껴지지 않는..... 문명 세계.

알고보니 그가 표류하는 것이 무인도가 아니더군요. 그는 무인도에서가 아닌, 바로 자신이 살던 그곳에서 표류자가 된 겁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자연에 있어야 자연스럽지, 자연인이면서 자연이 아닌곳에 자연스럽게 서 있으려니, 자연인이 자연인 답지 않고...(횡설수설)

 

 

7. 사거리 - '세상의 끝, 그의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영화가 내건 케치프레이즈처럼, 이제 영화의 끝에서, 또 다시 표류자가 된 그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절망이냐, 희망이냐. '꼭 배달하리라'고 다짐했고, 그 희망을 버리지 않게 했던 남은 한 상자. 그것이 그를 표류에서 구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결국 그 상자를 배달하고 난 그에게 더 이상은 할 일이 없습니다. 이제 뭘 할까. 어디로 갈 것인가.

사거리에서 지도를 펴놓고 고민하는 척. 그때, 다시 한번 구원의 여인이 등장합니다. 애인이냐구요? 아뇨, '그 상자' 주인입니다. 그에게 각각의 네 방향에 대한(세방향이던가?) 길을 가르쳐주고 떠납니다. 이 장면이 의미를 부여하는 게, 영화 첫 장면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그가 바라본 곳은? 네, 바로 그녀가 간 길입니다. 그곳은 '캐나다까지 뻥뚤려있다'는 그녀의 설명대로, 다른 길에 비해서 왠지 희망이 보입니다. 게다가 그 이쁜 여가가 간 길이고.... -,.-;

세상의 끝에서 다시 여행이 시작됩니다. 

2001년 3월 10일. 씨네서울.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JSA 공동경비구역  (0) 2012.08.27
Posted by 숙맥불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