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돌잔치

가족 2012. 8. 27. 22:32

세 아들 모두 돌잔치를 하지 않았다. 8살 된 수현이가 ‘왜 돌잔치 하지 않았냐’고 묻는 걸 보니 서운한 모양이다. 그래? 그럼 지금이라도 돌잔치 해주지. 여.덟.돌.잔.치!! 이런저런 생각 끝에 반 친구들 모두를 초대하기로 했다. 뭔가 기억에 남을 파티가 없을까. 아빠가 몸으로 때우기로 결정. 초대장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집어넣었다. 지난 토요일, 22명을 데리고 5시간 동안 레크리에이션, 보물찾기, 늑대와 양 놀이를 했다. 폭발적 반응이었다. 급상승하는 수현이의 인기 그래프가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러는 만큼 아빠의 기력은 바닥을 쳤다. 안 간다는 아이들을 달래서 돌려보내고, ‘다시는 이런 짓 안 한다’고 투덜대며 소파에 쓰러졌다. 그때 우현이가 고깔모자를 쓰고 아빠 앞에 떡하니 나타난다. 헐!! 둘째, 셋째에게도 1학년 생일 파티(여덟돌잔치)를 하기로 약속했었지. 멘붕 위기.
“아빠, 내년에 내 생일에 파티 못해? 할머니가 엄마 아빠 힘들다고 하지 말래.”
정신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협상을 시도했다. 이런 식으로 일 년 꼬시다 보면 넘어가겠지 생각하며.
“우현아~ 너 내년 생일에 친구들 불러서 파티할래? 아니면 가족끼리 엄청 맛있는 음식 사 먹을래?”
“맛있는 음식! 나 파티 안 해.”
우현이의 즉답으로 협상 타결. 그리고 합의 기념 촬영.

2012.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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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숙맥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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