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일상 2012. 8. 27. 22:25

몇 일전 기산에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목회하시는 김형중 집사님 댁이 좁아 그 집사님의 누님 댁에서 잠을 잤다. 그 집에는 가끔 놀러오는 조카 손주가 놀던 '포켓몬 볼'(사진)이 있었다. 장난감을 발견한 우현이는 너무 좋아했지만, '가져 가면 안 된다'는 말에 그곳에서만 놀기로 약속하고 그것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서울에 오고 보니 이 녀석이 장난감을 몰래 가방에 가져 온 것이 아닌가.
엄하게 다스린 후, 우체국 택배를 통해 장난감을 김형중 집사님 댁으로 보냈다. 그리고 설명을 위해 전화를 몇 차례 드렸으나 통화 불발.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앞 뒤 설명 없이 택배를 통해 요상하게 생긴 물건을 받은 김형중 집사님.
내심 이렇게 생각했단다. '정 목사님이 내게 숙제를 내주셨구'(화두를 던졌구나).
장난감을 붙들고 '이건 무슨 의미일까'하며 반나절을 씨름하던 집사님은 결국 내게 전화하셨다. "목사님 무슨 뜻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201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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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숙맥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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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문제 상담

교회개혁 2012. 8. 27. 19:25
1년 동안 교회문제 상담을 쉬기로 했다.

2006년 12월, 개혁연대 전임 구교형 국장님이 하셨던 상담기록을 보는 것으로 나의 교회문제 상담은 시작됐다.
기막힌 사연과 사건들을 보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던 그 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난 목사의 비리, 교회 문제 해결에 깊이 빠져서 살았다.
쉼 없이 달려온 탓인지 탈진한 증상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
모르는 전화, 제보자들의 번호가 뜨는 벨이 울리면 덜컥 겁이 나는... 그러나 받지 않을 수 없는... 결국 전화를 받고, 한 두시간의 답답한 분쟁현장에 빠져 들고... 힘들어 하고... 다시 전화가 오고... 반복되며 나는 더욱 지쳐갔다.

결국 개혁연대 협동사무국장 직을 내려놓고 당분간 교회 상담을 쉬기로 했다. 동지들에게 짐을 떠 맡기고 혼자 도망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교회갈등, 목사 성문제, 사기, 부패한 조직... 치열한 영적 싸움의 현장에 남겨진 전우들에게 힘과 지혜를 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사진은 후임 남오성 국장님과 지난 수년간 왔던 상담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정리한 내용이다. 상담 메뉴얼을 만들기 위해 개혁연대를 방문하여, 교회문제 상담소에서의 마지막 업무를 하고 온 것이다. 남국장님은 웨신에서 교수를 하며 교무행정을 하셨던 경력을 가진 분 답게, 거칠게 말로 풀어내는 나의 경험과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내셨다.

 

 

Posted by 숙맥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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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되지 말라!

일상 2012. 8. 27. 19:23

"선생이 되지 말라!"(약 3:1)
지난 6개월동안 개인적으로 화두가 되었던 말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며 직업상 늘 '선생'노릇을 하고 있는 나를 힘들게 했던 말씀이다.
설교를 할 때마다 때론 과장으로, 때론 위장으로, 때론 포장으로 '말'을 쏟아내곤 얼마나 힘들어 했던가.
오늘 '선생'임을 괴로워하고 있는 나에게 '제자'들이 찾아왔다.
6년전 중등부 때 가르쳤던 아이들인데, 고맙게도 매년 나를 찾아와 위로해준다. 그저 와서 옛날 얘기 하며 떠들고, 웃고 먹고, 그리고 돌아가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아마도 하나님 아빠가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해주시기 위해 대신 보내신 천사인듯.
얘들아 고맙다, 내가 너희들 덕분에 근근히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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