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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7 60년 만의 장로교단 연합 예배 참관기

신대원 시절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기도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60년 이상 분열되어 있던 4개의 장로교단이 한 자리에 모인 연합 예배의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은 내게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결국 머리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였다. 시작도 하기 전, 참으려 애썼지만 눈물이 나왔다.

 

눈물을 닦으며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지난 이틀간 전쟁터와 같았던 부총회장 선거와 회의를 참관하며 느꼈던 답답함과 안타까운 심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런 모습 그대로 ‘하나됨’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훗날 역사는 과연 이 모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옆에 있던 김애희 실장이 심정을 물었다.

 

“국장님, 소감이 어떠세요?”

 

“만감이 교차하네요.”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뮤지컬 ‘선교사 이기풍’이 상연되었다. 어릴 적 보았던 시골교회에 모여 이기풍 선교사의 영화를 봤던 생각이 났다.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이기풍 선교사가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구렁이에게 온 몸을 감긴 채 사투를 벌이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다. 아마도 제주 지역에 복음을 전하면서 이기풍 선교사가 겪었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복음의 불모지에서 헌신했던 이기풍 선교사는 100년 후 제주를, 아니 한국교회를 어떤 모습으로 기대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까지 거대한 교단으로 자라날 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세속화될 줄은 더더군다나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의 순수함, 처음의 열정, 그걸 회복해야 하는데.

 

순서지를 들여다보니 정말 많은 순서와 담당자가 있었다. 네 개 교단의 연합예배이니만큼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연합예배 담당을 놓고 교단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터라 왠지 모를 불편함이 있었다. 묵상기도, 찬양, 기도, 1930년대 장로교회의 일반적 순서에 따른  역사적 예배가 시작되었다.

 

한국교회의 진정한 변화와 연합을 위한 기도가 간절히, 간절히 드려졌다. “주여! 한국 교회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진정한 예배를 드릴 그 날을 속히 이루어 주소서!” 기도하며 찬양하며 눈물이 계속 나왔다. 감격의 눈물만은 아니었다. 하나님 앞에서 너무나 초라하고 추한 내 모습, 우리 교회의 모습이 슬프고 죄송스러웠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으로 설교가 시작되었다. 합동 총회장 최병남 목사께서 강단에 섰다. 본문은 사무엘상 17장,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장면. 거인 골리앗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이스라엘, 다윗은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설교자는 서두에 우리 민족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환란과 시련’, 교회적으로는 ‘사이비 이단’의 위기임을 진단하고 있다.

 

어떤 시대, 어느 국가에도 걸맞을 두루뭉술한 위기진단들 중에 눈에 띄는 구체적인 위가가 하나 있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한 민족의 위기’가 그것이다. 어쨌든 이런 진단과 본문에 대한 언급 이후에 그 처방은 바로 ‘기도’였다. 기도하면 민족도 하나 되고, 교계도 하나 되고, 경제 문제도 해결된다고 한다. 위기에 대한 진단도, 처방도 그다지 동의가 되지도 마음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설교 중간 중간 마이크를 바짝 대고 소리치며 반복하는 문장들 때문에 귀가 불편했고, 그것이 마치 ‘아멘’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마음도 불편했다.

 

예배 중 제주선언문이 낭독되었다. 모든 교단의 염원과 다짐을 담은 선언문이었다. 사치와 향락에 대한 반성, 갈등에 대한 반성, 환경 문제와 세계 도처의 참상에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반성과 결의, 그리고 하나님 나라가 이 땅 위에 충만히 임할 것을 기도하며 다짐하였다. 또한 선언문을 통해 이러한 다짐과 결의를 ‘힘써 이행’할 것이며, 이를 위한 후속조치를 강구할 것을 천명하였다. “아멘!” 이렇게만 된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그저 ‘선언’이 되지 않기를.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이 교회 위에 충만할 그날이 속히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사회를 보던 통합 총회장 김삼환 목사께서 강단에 나와 있던 지도자들과 청중들에게 회개 기도를 제안했다. 순서에 없던 일이었다. 신사참배에 결정에 대하여, 교단 분열에 대하여,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한데 대하여 무릎 꿇고 손을 들고 회개하였다. 그 모습 자체로 감동적인 일이다. 또한, 신사참배를 결정한 지 70년이 지나 4개 장로교단이 함께 모여 하나님 앞에 자복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회개가 진정한 회개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신사참배에 대해 진정으로 회개했었다면 독재정권을 찬양해서는 안 된다. 독재정권을 찬양한 것을 진정으로 회개한다면서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군사정권에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된다. 만일 지금 신사참배를 진정으로 회개한다면 이명박 정권의 불의한 정책에 동조해서도, 침묵해서도 안 된다. 이런 역사를 반복하고 70년이 지난 뒤 우리 후손들에게 회개의 책임을 넘길 것인가? ‘역사’가 지금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숙고해야할 일이다.

 

나는 회개의 제스처가 세련되면 세련될수록, 회개의 언어가 아름답고 추상적일수록 ‘진정한 회개’의 가능성이 낮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런 경우 그 행위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합예배에 대한 노파심이 크다. 감격하고, 부둥켜 안고, 눈물 흘리며 기도하고, 하나님께 영광의 박수를 돌리고... 그걸로 만족하고 끝내지 말기를. 이 모임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진정한 회개와 변화, 하나됨의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2008년 10월 10일. 뉴스앤조이

Posted by 숙맥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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