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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7 뉴스앤조이는 2010년에 쓰는 선지서

언젠가 공짜로 최신 기종을 준다는 TM(Telemarketing)에 속아 핸드폰을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몇 달 안 돼 고장이 나서 대리점에 가져갔더니 이 기종은 실패한 모델이라서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요금도 처음 얘기와 달리 과다하게 청구됐습니다. 처음 통화했던 분에게 항의 전화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보라더군요.

 

몇 사람과 통화를 하고 난 이후에야 제가 전라도 전주 어딘가에 있는 대리점에서 전화기를 구입한 걸 알았습니다. 따져 물으니, 고압적 태도로 본인들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와의 통화가 녹음된 파일 내용을 들려줬습니다. 들어 보니 수차에 걸쳐 제게 전화하며 꼬였던 핵심 내용은 쏙 빠져 있고 제게 불리한 내용만 녹음이 되어 있더군요. 꼼짝없이 당하게 됐습니다.

 

시민 단체의 힘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리고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정의감까지 생기니 전의가 불타오릅니다. 수십 차례 대리점에 전화하여 따지고 또 따졌습니다. 나중엔 대리점에서 전화도 안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음 단계로 소비자고발센터(한국소비자원)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약속한 내용을 입증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 같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방송에서 보도도 됐는데 못 봤냐고 덧붙입니다. 실망스러웠지만 공기관에서 하는 공적 업무이니만큼, 그 이상 막무가내로 졸라 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예전 간사로 일했던 '생활개혁실천협의회'의 회원 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생각났습니다. 줄여서 '소시모'라고 부릅니다. 바로 전화를 돌려 신고를 했습니다. 증거가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접수를 받아 준 간사님은 친절하게 "알아보고 연락을 줄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하십니다. 며칠이 지났을까, 전주에 있는 대리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전의 고압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친절하고 간사스러운 목소리로 "뭘 원하시느냐"고 묻습니다. 제가 요구만 한다면 백지 수표라도 줄 기세였습니다. 결국 모든 걸 환불받았습니다. 그리고 소시모에 접수한 걸 취소해 달라는 사정을 들었지만, 그건 그리 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순진한 소비자들을 위해서 이런 시민 단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담임목사직 팔다 들통 난 목사의 버티기

 

지난 1월 부산의 어느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교인들 몰래 교회를 팔려던 시도가 들통이 났습니다. 담임목사와 후임 목사 간에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계약금까지 오간 상태였죠. 황당한 교인들이 목사에게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아직 50대인 이 목사는 "나도 퇴임 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면서 되레 큰소리를 뻥뻥 쳤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은퇴비 1억 원을 내놓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목사가 계속 남아 있겠다는 말은 교인들에게 엄청난 협박이었습니다.

 

20명 남짓한 규모의 교회에서 은퇴금 1억 원이 웬 말입니까. 교인들의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그간 목사 부부가 재정을 관리해 오면서 보였던 재정 횡령 의혹까지 더해 목사에게 따졌습니다. 그러자 목사는 "교회 건물이 내 명의로 되어 있으니 내 것이고 그걸 판다고 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변호사 자문까지 받아 왔다며 배를 내밀었습니다.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거지요. 교인들은 노회에 호소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목사가 "이 모든 일을 노회의 허락(혹은 도움)을 얻어 했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노회에도 소망이 없습니다.

 

기자 무서워 줄행랑

 

마침 그때, 교인들이 방송 보도를 통해 교회개혁실천연대와 를 알게 됐습니다. 제보를 받은 저와 기자가 연달아 전화를 하자, 목사는 꼬리를 내리고 교인들 앞에 사죄했습니다. 그리곤 퇴직금 얼마를 받고 도망치듯 교회를 떠났습니다. 아마도 '아무런 힘없는' 교인들 뒤에, '힘 있는' 단체와 언론이 버티고 섰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나 봅니다.

 

제가 수많은 교회 문제를 상담하면서 내린 잠정적 결론은 노회(혹은 지방회)가 개혁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혁 교단' 운운하지만 개혁은커녕 불의를 묵과하거나 타협하는 일에 익숙한 것 같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밥그릇 지키는 데 열심을 낼지언정, '정의'나 '공의'를 지키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목사의 간통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는 경우를 수차례 목격했습니다.

 

치리 기능이 마비된 노회

 

'치리'라고 하는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역기능을 통해 부작용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순진한 성도들이 목사들에게 속고 노회에 또 속아도, 어디 누구라도 도와줄 이가 없는 겁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교회의 경우처럼 개혁연대나 에 제보했다고 해서 문제가 단칼에 해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못된 목사에게 속고, 노회에 또 한 번 당한 교인들이 호소하고 비빌 언덕은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힘없는 교인들'에게는 그들 편에 서서 함께 울어 주고, 그들을 지지해 줄 그런 기관이 절실합니다.

 

어떤 분들은 "왜 꼭 교회나 목사의 치부를 들추고 있냐", "왜 자꾸 부정적인 이야기를 보도하냐"며 항의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사정이 이렇습니다. 목사의 범죄를 발견한 교인들의 보통의 반응은, 일단 쉬쉬하는 겁니다. 몇 번 회개의 기회를 주고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가, 조용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이제 고발이나 공론화를 생각합니다. 이때 교인들은 단단히 심호흡을 하고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사건이 알려지기만 하면 교계와 온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것이고, 목사의 인생이 끝장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대부분 빗나갑니다.

 

교회 문제 다루기 꺼리는 경찰과 언론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을 해도, 교회가 특수 집단이라는 이유로 판결을 꺼립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언론은 물론이고 교계 언론마저 다뤄 주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기자와 경찰서는 조폭과 종교 문제는 다루기 싫어한다는 말이 나돌겠습니까. 설사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목사가 교회를 나가지 않고 버티기 시작하면 교인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목사 뒤에는 노회(혹은 지방회)라는 든든한 '백'이 있으니까요.

 

이쯤 되면 교인들은 '과연 이 땅에, 한국교회에 정의는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국법으로도, 교단 법으로도 처벌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교회 안 여론조차도 죄를 범한 목사를 감싸고돕니다. '설교권'을 가진 목사가 강단을 변명하고 여론 몰이를 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목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인자한 얼굴과 언어로 강단에서 설교를 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교인들은 쫓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교인들이 밀려오고, 또 속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2010년에 쓰는 선지서

이들에게 는 마지막 희망으로 보이게 마련입니다. 모든 언론이 보도하기를 거부해도 만큼은 범죄자의 불의를 고발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면에서 가 이 시대의 선지서를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구약의 선지자들이 그 시대를 향해 죄를 고발하고, 선지서에 기록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의 이러한 보도는 더 이상 이런 목사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습니다.(2007년에는 못된 짓을 하고 교인들 몰래 미국 교회에 이력서를 냈던 아무개 목사의 시도가 기사로 인해 성공 문턱에서 불발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끔 보면, 세상 법정도, 노회도, 교인들에게도 안하무인인 목사가 에는 벌벌 떠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의 힘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그 목사의 이름만 검색해도 그의 불의한 행동이 모두 들통 나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러한 의 사명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애정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고, 후원도 하고 있습니다. 가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동무' 1천 명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교회를 살리는 이 길, 함께 동참해 주십시오. 교회가 심하게 부패한 지금, 같은 언론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0. 3. 31 뉴스앤조이

Posted by 숙맥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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