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가족 2012. 8. 27. 16:07

75세 정도 였던가. 엄마는 그 때부터 하나님께 기도하다가 편안히 천국에 가고 싶다고 기도를 드렸다. 그러던 중 어느 날부터인가 '하나님께서 80세에 데려가실 거라는 응답'을 주셨단다.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바람을 응답으로 믿고 수 년간을 보냈다. 79세 12월 31일 밤. 나는 엄마 방을 찾아가서 하직인사를 드렸다. "엄마, 내일 아침이면 천국에 가시겠네요. 혹시 내가 늦잠자면 인사도 못할까봐...ㅎㅎ" 그렇게도 믿고 공언했던 80세가 되던 날 아침. 나는 엄마를 찾아가 또 놀렸다. "어! 아직도 안 가셨네. 아~ 80세가 되는 날 가시는게 아니라, 80세 마지막 날인가보다.ㅋㅋ" 한 해가 흘러 80세 12월 31일. 다시 찾아가 하직인사를 드렸다. 그 다음 날 아침도... 나는 그렇게 몇 년을 놀려드렸다. 당신이 생각해도 어이 없으셨는지 놀림을 당할 때마다 빵 터진다. 그리고 부끄러워 하셨다. 그 때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후론 그런 무모한 주장을 하지 않으셨다. 올 해 87세가 되셨다. 그런데 요즘 또 '조만간 하나님이 데려가실 것'이라 그러신다. 이번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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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숙맥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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