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내와 아이들을 처갓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엄마와 단 둘이 있는 시간. '늙은' 엄마가 김치 볶음밥을 해주셨다. 어릴 때 자주 해주셨지만, 지난 10여 년 전부터는 맛을 볼 수가 없었다. 해달라고 졸라도 '늙어서 까먹었다'며 거부하셨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 갑자기, 김치 볶음밥을 해주시겠단다. 왜 그러냐 물으니,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으시단다. 9월달이면 천국으로 갈 거라면서. 기도 중에 그런 확신을 가지신 것 같다. 천국 가기 전에 다 써야 한다며 몇 푼 안 되지만 깊숙이 숨겨뒀던 돈도 펑펑(?) 쓰신다. 천국 이야기를 하실 때면 소풍 기다리는 아이처럼 행복해하신다. 평생 하나님에 대한 절개를 지키며 걸어오신 그 믿음의 여정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비록 볼품은 없지만, 한 없는 사랑이 담긴 볶음밥을 먹으니 눈물이 나왔다.
201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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